고추 정식하는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온 동네 아지매들이 총 동원 된것이다. 어른들 보시기에 젊은이 농사일 하는게 어설퍼 보이셨는지 한분 두분 오시기 시작하더니 나중에 보니 움직일수 있는 분들은 다 오셨다.어떤분은 간격이 좁다하시고 어떤분은 너무 넓다하시고 ,어떤분은 두줄로 심어야 한다하시고 어떤분은 분무기 매고와서 물부터 주라하시고.....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째튼 고추정식은 금방 끝나버렸고,어른들께 은혜갚을 일만 남았다.
고추농사 잘 지어야지.
마을일도 잘 해야지.그러면서 어울리며 잘 살아야지....

고추고랑사이 헛골에 호밀씨앗을 잔뜩 파종해 놓았다.호밀이 무성하게 싹을 틔우면 다른 풀들이 힘을 쓰지 못할거라 기대하며.원래 호밀의 경우 가을에 파종하여 봄에 베어 사료로 쓰거나 베어 거름으로 쓰는데 봄에 파종할경우 무릎높이정도 자라다가 날이 무더워지면 죽은듯 사그라들어있다가 가을에 날씨가 선선해질무렵 다시 싹을 틔워 겨울을 나고 봄에 이삭을 맺는 다. 호밀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풀로 풀을 제어하는 농법이 바로 호밀농법이다.호밀의경우 직립(곧게 자람)하기때문에 낫으로 베거나 예초기를 이용하면 비교적 쉽게 제어가되며 장하기에는 스스로 사그라들기때문에 신경도 덜간다.허나 여름에 극성을 부리는 바랭이나 고추풀 달개비 환삼덩굴 며느리및씻개등의 풀은 옆으로 번질뿐더러 베어내도 금방 수세를 회복하므로 제어가 거의 불가능하다.호밀을 이용하여 이러한 풀들이 아예발아하지 못하도록 제어한다면 풀로인한 고민은 거의 해결된거나 다름없다.
오늘 고추밭에 가보니 고추 헛골에 호밀들이 무성하게 돋아있다.이정도면 다른 풀들은 별 힘을 쓰지 못할듯하다.반면 고추들은 땅냄새를 맡아 짱짱하게 자리를 잡았다.상황을 봐서 헛골에 거름을 충분하게 줘서 고추와 호밀이 양분경합을 벌여 어느 한쪽이 힘을 잃지 안도록 해줘야겠다.

올해 이른 더위에 고생많으십니다. 대풍하시길..

정연국씨 감사합니다.올해 틀림없이 대풍할겁니다.수확물 기다리는 분들 너무 많거든요.

비오는날 고추밭에 들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니나 다를까 배수로가 엉성해서 물이 제법 많이 고여 있었다.괭이 들고 배수로 보강작업을 해줬다.조금 고인 물들은 비 그치는대로 지하로 스며들게다.
매실 수확 준비와 모내기 준비로 바빠하니 장인 어른께서 고추 지주 세우는 일을 해 놓으셨다.밀린 일 하나 줄어든건 좋은 일이나 왠지 좀 미안하단 생각이 든다.조금만 더 계획성있게 일을 하면 주력일엔 어른들 손 안빌려도 될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다른 이들보다 고추 정식이 늦어 아쉬웠었는데 오늘보니 고추 나무들이 짱짱하다.키가 작은 대신 대가 굵고 힘찬 느낌이다.말라 죽은 녀석들도 않보이고 진딧물 피해도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별 탈 없이 잘 자라 줬으면 좋겠다.

모내기와 매실 수확일로인해 다른 농사는 완전 뒷전이다.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한번 둘러보는 정도가 고작이다.장인어른 손을 빌지 않았으면 우리 고추밭은 지주 세우기도, 고추 묶어주기도 못한상태로 지금까지 방치 되어 있었을게다. 고추 헛골에 거름주고 볏집 깔아주는일이 밀려있지만 현재까지 고추밭 상황은 무난하다.굵고 짱짱하게 자라는 고추들이 보기에도 멋지다. 맨 처음 달린 녀석들은 며칠 있으면 따먹어도 될듯하다.매실 수확 끝나는대로 영양제와 토착 미생물제를 엽면 시비하고 웃거름 주는 작업을 해야겠다.

어제 두번째 고추 줄치는 작업을 했다.바람이 많은 관계로 힘차게 자라고 있는 고추들이 부러질까봐 노심초사하다 서둘러 두번째 묶어주기를 했다.맨 먼저 열린 고추들은 풋고추로 이용 해도 될만큼 자랐고 뒤이어 맻힌 녀석들도 부지런히 뒤쫒아 온다.헛골에 풀들이 너무 무성해서 웃거름 주고 볏집 덥어주는 작업을 서둘러야겠다.노린재들이 한마리씩 눈에 띄던데 요놈들에대한 대책도 세워야겠다.

고추나무들의 자라는 모습이 하루가 다르다.나무가 쓰러지지 말라고 세워놓은 지주목보다도 키가 더 자랐고 ,더불어 아래쪽에서 보면 고추만 보일 정도로 고추도 많이 달렸다.논으로 이용하던 밭이라 물이 고이기 쉬운데,제법 커다란 물길을 만들어 줬음에도 불구하고 군데군데 물이 고여있는 곳이 있다.장마가 시작되었으니 배수로정비 한번 더하고 날 드는 틈틈이 다양한 토착 미생물들 뿌려줘야겠다.

장마가 시작되니 계획이 수시로 바뀐다.비를 피해 자가 제조한 천연 농약을 두번 쳤다.노지 고추의 경우 탄저병과 역병이 제일 문제인데 어른들 말씀이 고추나무에 탄저병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셔서 방제작업을 시작한 것이다.2년전 담가둔 매실주와 목초액에 계란 껍질 우린 물 한약제에 소주부어 만든 영양제 그리고 닭똥을 토착 미생로 발효시켜 만든 액비를 물에 희석하여 뿌려준다.위 재료에서 목초액 대신 죽순 효소를 첨가하면 고추나무가 잘 자라는데 이렇게 해서 일주일 간격으로 번갈아가며 방제작업이 진행된다.경험에 의하면 탄저병이 와도 밭 전체가 망가지지는 않는다.
헛골에 닭똥거름을 추비로 주고 배수로 정비도 한번 더 해줬다.주렁 주렁 달린 고추중에 붉은 빛을 보이는 놈들이 하나 둘 보인다.보름정도 지나면 첫 수확이 가능하지싶다.

올 장맛비는 제법 힘이 좋다.꾸준하게 내리면서도 한번씩 쏟아 붓기도 한다.이곳 청계농장은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별 피해는 없다.
고추밭은 장마기간 내내 축축하게 젖어있다.나름대로 배수로 정비를 했지만 본래 논이었다는 사실은 극복하기에 역부족인 모양이다.이제 붉은놈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수확을 시작할 때가 됐다.아직까지 별다른 이상징후는 보이지 않으나 밭에 습기가 너무 많으니 항상 노심초사다.
마을 어른들이 모이면 우리 고추밭이 큰 화재꺼리다.농사짓는 뽄새는 어설프기만한데 약도 치질 않고 비료도 거의 쓰지않고 풀들은 무성하기만 한데 고추나무는 동네 최고라 이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를 놓고 모일 때마다 한 주제로 삼는 모양이다.뒷집 할매(실골댁)는 내가 하는걸 보고 고추 헛골에 비료대신 닭똥 거름을 웃거름으로 주셨다.기대 반 우려 반인 어른들의 맘들이 기대쪽으로 잘 정리됐으면하고 가만히 맘속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