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설계작업이 마무리 되어간다.한달에 걸쳐 설계를 담당하는 분과어떤 집을 지을지를 놓고 머리를 맞댄 결과가 이제 종이위에 한장의 그림으로 나온 것이다. 함양 녹색대학의 생태건축 전공 교수이신 이 종원 선생님이 설계작업을 맡아 주셨고.나와 가족들의 말과 글로 표현한 설계를 한장의 도면에 담아놓으셨다.

(우리가 글로 설계한 도면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여름엔 바람이 잘 통하게 하여 냉방이 필요없고 겨울엔 햇볕을 최대한 활용하여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한다.
- 거실은 공유하되 가족간 공간분할이 되도록 한다.(장인 장모님과처남,우리 부부,그리고아이들공간 이렇게 크게 세공간으로)
- 다락방을 두어 아이들 공간으로한다.
- 화장실과 욕실을 구분하고 이와는 별도로 손씻는 공간을 거실내에 둔다.
- 주방공간은 되도록 넉넉하게 하고 주방옆엔 다용도실을 둔다.
- 어른들 쓰실 방은 구들방으로 한다.
- 지어질 집과 집 뒤의 언덕 사이에 동굴과같이 온도가 년중 일정한 효소 숙성실을 설치한다.
- 다락방과 바로 이어지는 데크를 설치한다.
- 현관은 전실개념을 도입한다.
- 건물 정면은 데크를 설치하여 신발을 신지 않아도 통행이 가능한 공간을 둔다.
- 일을 마치고 들어올때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바꾸어 신을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두고 거기엔 수도를 설치한다.
- 용도를 달리하는 창고를 세개정도 짓는다.

다음주 중에 측량이 이루어지고 그 다음주 정도해서 건축 신고작업이 이어진다. 이러한 행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집짓는데 필요한 각종 재료들을 준비하고 일꾼들과도 한번씩 만나보고 도면도 같이 검토해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실제로 땅에 건물을 올리는 작업은 추석 이후가 될 것이다.

9월8일 대지 분할 측량 작업이 이루어졌다. 거금 78만원이 들어갔다.일주일 정도 지나면 측량 성과도가 나온다고 한다.성과도 나오는 즉시 건축 신고 들어가면 2주후엔 착공 들어 갈 수 있다.
3주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다.그동안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본다.
-도면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미리 수정한다.
-작업이 시작되면 부드럽게 진행이 되도록 필요한 자재및 기술자 들을 준비한다.
-작업이 진행될 순서에 맞게 자재 배치 계획을 상세하게 준비하고 더불어 인력및 장비 계획도 한번 더 점검한다.
-자재및 인건비의 현재 수준을 반영하여 예산을 다시한번 검토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을경우 에 대비한다.
-그리고 실제 집짓는 작업이 진행될 가상의 순서및 일정을 가능한 세밀하게 계획을 세워본다.

집을 짓는데 어떠한 집을 어떤 재료를 이용하여 지을 것인지 결정이 되면 그 다음은 결정된 내용에 따라 준비해서 진행하면 된다.
어떤 집을 지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앞의 글에서 대략 애기한 것 같은데 다시한번 요약해보면 우리집의 경우 우리 식구 4명 그리고 장인어른과 장모님 또 처남.이렇게 크게 세 세대가 함께 살므로 최소 2개로 구획되는 공간분할이 필요하다는점. 그리고 자연의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추가적인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 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므로 주거공간 외에 농사에 필요한 공간을 적절하게 두어야 한다는 점. 예를 들면 수확한 곡식을 저장할 저장고,농기계 보관소,작업도구 보관소 ,소규모 작업실,효소 숙성실,장독대,농작물 건조대 등등....

집을 짓는데 사용할 재료는 철근과 콘크리트 그리고 목재가 집의 뼈대를 이루는 주 재료로 이용할 생각이다.철근의 경우 고물상에 의뢰해서 중고가격으로(시세의 60%수준)준비를 했다. 콘크리트의 경우 제값을 줘야겠고,목재의 경우 거제도 대우조선에서 나오는 대형 파렛트 재활용 재를 구입했다.일반적으로 서양식 목조주택에 사용되는 구조재에 비해 손색이 없는 자재라 여겨진다.
기본 구조를 이 자재를 이용해 구성을 하고 부가적으로 흙벽돌과 황토 그리고돌들이 이용될 것이다.방습과 단열을 위해 나무를 쓰는 구조에는 유리섬유와 석고보드를 활용 할 계획이다.

특히 에너지의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 문과 창문 그리고 지붕작업에 보다 세심한 고려를 할 생각이다. 창문은 가급적 시스템 창호를 써서 열 손실을 최소화 하고 지붕의 경우 2중구조로 시공을 하여 단열성을 강화할 계획이다.여기에 유리온실을 추가하여 햇볓을 최대한 활용하고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여 온수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계획의 큰 틀은 어느정도 세워진 듯하다. 보다 세세한 부분들은 이후 진행되는데 따라 전하기로 하고.....

시간이 참 빨리도 흐른다.
추석 연휴 직후 그러니까 10월5일 드디어 건축 허가가 나왔다.바로 착공 신고하고 집짓는 작업에 들어갔다.
터닦기등 토목공사를 할 포크레인을 예약하고 목수와 시공 일정을 잡고 설비및 전기 기술자들에게 조언을 구하여 구체적인 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10월 12일.작업 시작.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우선 토지신과 산신령님께 아무 탈 없이 집을 짓고 잘 살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다.고사를 지낸 후 바로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기초를 놓을 자리를 파기 시작했다.여느집과 같이 네모 반듯한 집이 아니어서 일일이 줄자로 재고 실을 이용해 방향을 잡고 하면서 터파기를 진행해 나갔다.오후 5시 드디어 터파기작업 완료,이어서 정확한 기초를 얹기위해 먹놓기를 할 버림 콘크리트를 타설한 후 작업을 마쳤다.어둑해질 무렵까지 작업을 해야 했지만 계획했던 일은 모두 마쳤다.
다음 작업은 기초 콘크리트 작업이다.14일 로 계획되어있다.

14일,15일 양일에 걸쳐 줄기초 벽체 작업을 진행했다.설계사님 말씀이 내진설계까지 했다하시길래 가능한 정석대로 진행하고 있다.이후 5일정도 콘크리트 양생기간을 두고 줄기초 내부 되메우기 한 후 철근 배근하고 바닥 전체를 콘크리트로 마감할 것이다.대략 22일경 기초작업이 마무리 될것으로 본다.

5일정도의 여유시간.꼭 필요한 시기에 알맞은 시간이 주어졌다.알맞게 익은 벼들을 수확하여 잘 갈무리할 시간으로 말이다. 16일 콤바인을 이용하여 벼를 수확했다.17일은 비가 온다기에 하루동안 포대채로 쌓아뒀다가 그 다음날 날은 좀 흐렸지만 벼를 널어 말리는 작업을 시작했다.지금까지 지은 농사중 제일 풍성한 수확을 한 터라 양이 제법 많다.벼가 마르는동안 줄기초 벽체 거푸집을 해체하고 정리를 했다.꼬박 이틀이 걸렸다.정리작업 완료 후 잘 마른 벼들을 다시 포대에 담아 창고에 차곡 차곡 쌓다보니 벌써 어둠이 짖게 내려와있다.창고 가득한 나락 포대들을 보니 어느때보다도 마음이 넉넉하다.20일, 다시 집짓는 일 시작이다.필요한 자재들을 준비하고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1층 바닥 전체를 콘크리트로 마감할 수 있도록 정리를 했다.다음날 목수 다섯명과 나 이렇게 여섯명이 분주하게 움직인 결과 전체 기초작업은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었다.5일정도의 여유시간이 다시 주어졌다.이 시간동안 양파밭준비를 하고(2일)전기공사를 할 일꾼과 자재를 준비해야하고,목수들 작업하는데 필요한 가설자재들을 임대해 와야한다.그리고 콘크리트를 이용한 공사가 마무리되면 바로 시작하게될 목구조 작업계획도 병행해야 한다.농사일정과 병행되는 집짓기가 실로 만만치 않다.

직영공사의 현장소장 자리가 만만치 않다는걸 절실하게 느끼는 요즘이다.인부 관리부터 자재준비및 장비와일정조정까지 깐깐하게 챙기지않으면 현장 작업이 엉망이 되기에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해야한다. 하루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 벌써 11월.그간 기초 레미콘을 타설하였고 어제 (11월 2일)드디어 건물 벽체와 1층 슬래브 콘크리트를 타설했다.이로써 콘크리트 작업은 끝이다.
이제부터는 나무를 이용한 벽체와 지붕 골조작업이 진행된다. 4명이 한 팀으로 작업이 진행된다.친구 철이와 녹색대학의 생태건축팀 2명 그리고 나.이렇게 네명이서 나머지 공사를 마감해야한다.다들 프로들은 아니지만 서로 손발 맟춰가며 일하다보면 프로못지않은 집이 만들어질거라 믿는다.8일 저녁 모두 모여서 9일부터 작업 시작이다. 그때까지 필요한 자재준비와 작업계획서는 온전하게 나의 몫이다.전기공사의경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겠기에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처리하기로 했다.전기 배선도를 포함한 작업계획단계에서 아마추어가 덤비기엔 무리란 생각에 내린 결정이다.배관공사도 하루정도는 배관공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제 목구조공사만 책임지면 된다. 한결 마음이 가볍다.

존경합니다

별말씀을....